무흘구곡의 절경을 알린다며 2017년 국비 75억 원을 포함해 약 120억 원을 들여 지은 무흘구곡전시관이, 텅 빈 전시장만 시원하게 유지하는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한강 정구가 봉비암에서 용추에 이르는 아홉 굽이 물길을 노래한 ‘무흘구곡’을 기념한다며 김천시가 “멋지게 지었다”는 이 전시관은 정작 방문객을 찾기 어렵다. 안내문과 사진, 해설문이 아무리 공들여 비치돼 있어도 관람객이 없다면 그건 ‘전시’가 아니라 ‘보관’일 뿐이다.
1층 전시장은 관람객이 없어도 냉방이 돌아가고, 2층은 사실상 ‘문전폐업’이다. 무흘 점빵·무흘 문고·문화체험실을 갖췄다지만 이용자는 전무(全無). 옆의 물놀이장은 증산수도계곡캠핑장 이용객에게만 문을 연다는 ‘특혜 지침’을 내걸었다. 그러나 캠핑객도 드물고, 있어도 어린이가 거의 없어 실사용은 ‘0’에 가깝다. 주변 시민과 관광객이 “사람이 많아 못 쓰는” 게 아니라 “사람이 없어도 못 쓰는” 기묘한 시설이 된 셈이다.
야외공연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365일 무공연’에 가까운 애물단지다. 지역 주민이 쓰기 어렵게 설계·운영됐다면 애초에 왜 지었는가? 활성화 의지가 없다면 유지·관리비만 축내는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
지역 여건을 외면한 기획 실패도 분명하다. 증산면 인구는 900여 명, 대부분 60세 이상인 초고령 지역이다. 전국 지자체가 ‘문화·자연·체험’을 외친다 해서 모든 국민이 관광을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요 예측과 운영 모델 없이 ‘짓고 보자’ 식으로 예산을 태운 뒤, 관리 편의만 좇아 ‘닫힌 운영’을 고집하니 애물단지가 될 수밖에 없다.
김천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이용 제한 규정을 뜯어고쳐 시민과 관광객이 언제든 쓸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유지비는 합리적인 요금으로 충당하고, 콘텐츠는 성주·김천을 잇는 구곡 트레일, 해설 프로그램, 물놀이·숲길·야간 경관·음악회 같은 사계절 체험으로 채워야 한다. 전시관 하나 덩그러니 세워놓고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공간 개방도 필수다. 야외공연장과 체험실은 지역 동호회, 학교, 기관 단체에 저렴하게 내주어야 한다. 텅 빈 시설을 지키는 데 세금을 쓰는 건 직무유기다. 성과 관리 역시 분명해야 한다. 분기마다 이용 지표를 공개하고, 목표에 못 미치면 예산과 인사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제라도 누구의 편의를 위한 건물인지, 지역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김천시는 책임 있게 답해야 한다. 잘못된 부분은 즉시 개선하거나 과감히 폐쇄해야 한다. 그마저도 하지 못한다면, 이 전시관은 시민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신의 직장에 전시관을 지으면 어떤 손해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세금 낭비의 상징이자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